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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dy

[셜록존] Another Game



 

# 셜록 - 존댓말 / 존 - 반말입니다.
# 셜록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입니다.
# BBC 셜록 1 시즌 3에피 이후 두달 후쯤의 이야기입니다.
# 애정씬 없는 브로맨스류입니다.


 


 

 

 

 

 

 

 

 

 

 

 

 




[난 지금 Scotland Yard에요. 당신은요?]

"셜록, 여기 좀 봐봐."

레스트레이드의 목소리에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의 책상으로 갔다. 이번에 경찰이 잡아들인 놈들의 사진과 서류가 잔뜩 널려있었다. 하지만 그중 내가 아는 얼굴은 없었다. 입에서 저절로 실소가 새어나왔다.

"이들이 모두 다 짐 모리어티라고?"

"그래. 모두 그렇게 진술했어. 웃긴 건, 서류상으로도 모두 그렇다는거야."

모리어티는 경찰과 나를 동시에 가지고 놀고 있었다. 몇달 전 수영장에서 아쉬웠던 첫만남-사실은 두번째 만남-을 뒤로 하고 녀석은 사라졌다. 경찰과 나는 녀석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처음 녀석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의 모습을 완벽히 숨기고 있었다.  

얼마전에 녀석의 일당들로 보이는 조직을 잡아들였다며 레스트레이드가 연락을 해왔을때 난 믿을 수가 없었다. - 내가 아닌 레스트레이드에게 잡혔다고? 하지만 역시나, 그는 잡지 못했다. 녀석의 얼굴을 아는 건 오직 나와 존 뿐이었다. (물론 불쌍한 몰리에게는 그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건 모리어티가 아닌 '게이 남친 짐'일 뿐이다.)

레스트레이드와 경찰들은 계속 엉뚱한 놈들만 잡아들이고만 있었다. 책상 위의 서류들에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휴대폰이 메시지 수신을 알렸다.

 [나도 지금 들어가는 길이야. 한 블럭 옆이야. 그 쪽으로 갈게.]

 "어떻게 생각해, 셜록? 모리어티 그 자가 어디 있을까?"

 "분명히 또 뭔가를 꾸미고 있는게 분명해."

 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잖아. 어디 외국으로 피한게 아닐까?"

 "아니. 놈은 여기에 있어. 분명히."

 "어째서지?"

 "내가 여기 있으니까."

 코트깃을 여미며 난 Scotland Yard를 나섰다. 레스트레이드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거리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변함없는 거리,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 이들 중 분명 그가 있다. 경찰을 피해 다른 나라로 도망갈 녀석이 아니다. 우리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또다른 게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조용했다.

이전과 같이 나는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안함에 계속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어디서 언제 어떤 폭발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들이 사라질까, 혹은 죽을까. 하지만 그의 계획으로 의심될만한 사건들은 한동안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불안... 불안이라... 불...

문득 손목 시계를 쳐다보니, 내가 5분 넘게 서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존의 걸음이라면 한 블럭은 훨씬 더 갔을 시간이다. 막연했던 불안함이 피부로 와닿았다. 젠장- 설마-. 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제발- 받아요. 하지만 존은 받지 않았다. 불안함에 심장이 빨리 뛰고 있음을 느꼈다. Fuck-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Hey, She..."

"뭐야!!"

소리지르며 뒤돌아 보니 존이 동그레진 눈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Oh God-.


"왜 이리 늦었어요! 전화는 왜 안 받고?"

"늦긴 뭐가 늦어. 오는 길에 우유 좀 샀을 뿐이야. 그리고 바로 앞에 네가 보이는 데 전화가 울렸다고."

 내려다보니 존은 한손에는 우유가 든 비닐 봉지를, 한 손에는 울리고 있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난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곤 휴대폰을 껐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난 몇달전 그 수영장을 떠올렸다. 내가 계산하지 못했던 단 한가지.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내가 살피려고 하지 않은 부분. 나도 몰랐던, 나의 단 하나의 약점...

"앞으론 내가 바로 옆에서 전화를 걸어도 받아요."

 

 

 












 

 

 

존에게 아까 레스트레이드와 나눈 대화와, 내 생각을 얘기해주며 우리의 하숙집 계단을 올랐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가 무엇을 꾸미고 있다고?"

"녀석을 봤잖아요. 순순히 물러설 놈이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만- 그런 녀석을 어떻게 찾지?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분명히 다시 나타날 거에요. 근질근질할 때가 됐거든요. 내가 그러는 것처럼."

말을 마치자마자, 내 휴대폰이 울렸다. 존은 주머니를 뒤지며 열쇠를 찾고 있었다.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자, 난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발신자 표시 제한 메시지였다.

[맞아.]

난 가만히 선 채 온 신경을 주위에 집중했다. 존은 열쇠를 찾느라 그런 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존?"

 "잠깐만 기다려-. 망할 열쇠가 어딨는거야-."

난 속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빨리, 이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머릿 속의 사고가 순식간에 몇 바퀴를 돌았고, 난 좀 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게 뭐야?"

 "뭐? 난 지금 당장 이 문을 열 열쇠를 찾는 것 뿐이야. 아, 바지 주머니에 넣었나?"

 다시 메시지 수신 알림음이 울렸다. 

[내가 원하는건 둘 중 하나야.]

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집중하려 애썼다. 다시 알림음이 울렸다.

[너]

"다른 하나는(한쪽은)?"

존은 내 말에 반대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어! 정말 이쪽에 있네? 어떻게 알았어, 셜록?"

존이 웃으며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을 때,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니면 너의 소중한 것]

 

 

 

 

 

 

 

 

 

 

 

 

존이 문을 열자 난 몸으로 그를 강하게 밀쳐 들여보냈다. 거실에 들어와 문을 잠그고 주위를 살폈다. 나에게 밀려 바닥에 넘어진 존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셜록! 왜 그래?"

온몸의 감각을 다 집중시켜 나는 집안을 살폈다. 바닥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발자국들, 거실의 환기된 상태, 나갈 때와는 달라져 있는 카펫의 주름. 누군가 여기 있다.

 "셜록!"

 존의 목소리에 난 그를 내려다 보았다. 그는 계속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내 심장이 다시 빨리 뛰기 시작했다. 아까 Scotland Yard 앞에서 느꼈던 그 기분이었다. 난 추리를 하거나 수사를 할 때 오직 머리만이 움직였다. 이런 심장의 떨림은 몇달 전 처음 느꼈다. 그 수영장에서. 폭탄에 묶여있는 그를 봤을 때. 그때의 존의 얼굴이 지금의 존의 얼굴 위로 오버랩됐다.

 '너의 소중한 것'

 "존, 어서!"

 난 그의 팔을 잡아끌어 일으켰다.

 "지금 당장 프랑스로 가요."

 나는 그의 눈을 응시하며,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려 애썼다.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존은 미간을 찌푸리며 날 쳐다보았다. 

 



"갑자기 왜-? 무슨 일 있어? 휴대폰으로 계속 뭔가 오던데- 무슨 일 생긴거야?"

 이 남자는 가끔씩 아주, 눈치가 빠르다. 난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똑바로 말하려 노력했다.

 "아니에요. 레스트레이드인데, 프랑스에서 뭔가 연락이 왔대요. 거기서 뭔가를 찾은거 같다고."

 "그래? 그 녀석이야? 모리어티?"

 "화.. 확실치는 않아요, 일단 당신이 가서 확인해봐요. 우리밖에 그의 얼굴을 알지 못하니까."

 "그래- 그럼 갈게. 근데 너는? 같이 가."

 God. 제발 내 말 듣고 빨리 좀 가요.

 


 

"난 여기서 좀 더 알아볼게 있으니 먼저 가요. 마이크로프트에게 부탁해서 당장 출발할수 있게 할게요. 대충 챙겨서 어서 가요."

 존은 그제서야 순순히 내 말대로 했다. 짐을 챙기러 자신의 방에 올라간 사이, 난 집안을 살피고, 창가로 가서 밖을 살폈다. 베이커가 앞에는 특별히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불안했다. 난 전화로 택시를 부르고, 잠시후 그 택시가 집 앞에 도착하는 걸 확인했다. 그 사이 존이 작은 가방을 들고 내려왔다.

 "택시 왔어요. 어서 가요."

 난 그의 눈을 마주치지 않은채 말했다. 이제는 그의 눈을 마주하면 내 불안함을 숨길수 없을것만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는 날 도와주지 않았다.

 "셜록."

그가 그렇게 나를 부를 때는, 마치 내가 그에게 속한 군인이 된 것 처럼 - 저절로 그의 뜻을 따르게 되었다. 그의 정중한 부탁은 가끔, 나에게 내리는 명령 같이 느껴졌다. 난 그를 마주보지 않고 곁눈으로 그를 내려보았다.

 "왜요?"

 "정말, 무슨일 없는거지?"

 Fuck. 이처럼 심장이 강하게 뛰는 날이, 내게 올 줄 몰랐다. 그의 눈은 내 마음을 꿰뚫기 위해 빛나고 있었다. 그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이런 일들은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 거짓을 말하는 일 말이다.

 "물론이죠."

 "혹시나 만약-. 내게 숨기는 일이 있으면-"

 "그런거 없다니까요. 어서 가요. 급하다니까요. 녀석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난 존을 억지로 끌어내 문 밖으로 밀어냈다. 그는 내게 뭐라 말하려 했지만 난 문을 닫아버렸다. 문 밖으로 그의 낮은 한숨 소리가 들리고, 잠시후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나자 휴대폰을 열고 마이크로프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존이 지금 공항으로 갈거야. 그가 프랑스로 떠날수 있게 준비해줘."

 [무슨 일이야?]

 "그가 위험해. 그를 잘 감시해. 형이 하는 일이 그거잖아."

 [그와 너를 감시하는게 내 일이지.]

 "우리 둘이 같이 있으면 위험해져. 난 괜찮으니 그를 안전하게 지켜봐줘."

 [넌... 괜찮은거야?]

 난 문에 기대어 창 밖으로 택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기사에게 공항 방향을 말하는 존의 목소리가 들리고, 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 소리가 멀어질수록 내 심장의 떨림이 점차 안정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난 좋아. 그럼 부탁해."

 내 말만 던지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후우.... 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눈물나네, 셜록. 그렇지 않아?"

 어두운 방 한 구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내 한쪽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 갔다.

 "The game is on again."

 

 

 

 

 

 

 

 

 

 

 

 

  

 

 

   

 

 

 

 

어둠 속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모리어티, 그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이런 로맨틱 가이인줄 몰랐는 걸-.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네 밥맛 없는 얼굴은 그대로군. 좀 마른 것 빼고. 천하의 너도 쥐새끼처럼 숨어 다니긴 쉽지 않은가보군."

"덕분에-. 너랑 그 한심한 경찰들이 그리 옥죄어오는데 나라고 별 수 있겠어?"

"겸손한 척은."

"흠, 잘난 척 한거였는데."

나는 녀석과 시시껄렁한 안부 인사를 나누며 집안과 밖의 또 다른 기척은 없나 살폈다. 별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혼자 날 만나러 왔다니. 뭐지, 녀석의 자신감은. 녀석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나 감동받았어. 좀 전에 네가 한 일 말이야."

 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나의 L9A1를 메만졌다. 이번엔 어떤 장난을 치려는 걸까... 녀석은 말을 이었다.

 "그 덕분에... 네가 정말 소중히 여기는게 무엇인지 더 확실해졌지."

 다시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이런 기분은 정말 엿 같았다. 진정하자. 존은 안전하다.

 "닥쳐, 모리어티. 이건 너와 나의 게임이야. 그는 상관 없어."

 "음- 아냐 셜록.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모리어티는 양 손을 수트 주머니에 찔러넣은채 나를 스치듯 지나가며 내 주위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난 런던에 오랫동안 있었어. 너도 이 곳에서 활동을 한지 꽤 되었고. 하지만 넌 그닥 내 눈에 거슬리지 않았지. 넌 단지 네가 흥미있는 사건에만 손을 댔고... 그건 날 크게 방해하지 않았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넌 선을 넘기 시작했어. 넌 더... 활발해졌고, 네 존재감은 더 커졌지. 마치 날개를 단 듯 말이야. "

 나의 숨이 조금씩 거칠어짐을 느꼈다. 지금까지 나는 이 녀석이 이 나라 안팎에서 벌이는 크고 작은 범죄들의 대담함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지금 녀석은, 보이지 않는 메스로 날 마구 해부하고 있었다. 그것이 나를 점정 궁지로 모는 듯 했다.

 "그래서 난 이런 결론을 내렸지. 네가 Dr. 왓슨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헛소리 집어쳐. 존은 상관없어."

 "봐, 그 후부터라고. 너희는 만나자마자 사건을 해결했고, 그 멍청한 택시기사는 내 존재를 네게 알려줬지."

 "그 전부터 난 이미 네 존재를 예상했었어."

 "막연했을 뿐 실체는 몰랐겠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는 망할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

 "그래서 나나 존 둘 중 하나를 처리해야겠다는건가?"

 "내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네가 그렇게 이해했다면, 그렇다고 봐야지."

 녀석의 이죽거리는 말투에 난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녀석의 말에 말려들면 안된다. 정신차려 셜록. 그는 이제 안전하다고. 지금쯤 공항에 갔을까. 그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마이크로프트였다. 난 모리어티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받아봐. 네 잘난 형님이시지? Dr. 왓슨이 걱정될거 아냐? 단 그 통화가 우리의 시간을 오래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녀석을 노려보며 전화를 받았다.

 "존은?"

 [젠장할, 무슨 일인거야? 누군가 그를 납치한거 같아.]

 한순간 숨이 멎는 듯 했다. 난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망할 녀석의 코 앞에 겨눴다.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여유롭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는 걸, 녀석은 알고 있었다. 난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참아내고 입을 열었다.

 "뭐?"

 [택시 기사가 납치범이었어. 시내에서 추격전이 있었어. 차들이 다 엉키고- 그 택시는 시내를 빠져나갔어. 지금 추적 중이야. ]

 지금 당장 녀석을 쏘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녀석을 쏘면, 분명히 존까지 위험할 것이다. Fuck.

 "형의 CIA의 일처리는 참으로 대단하군. 온갖 폼은 다 잡더니."

 [셜록. 지금 너와 존에게 무슨 일이 있는거야?]

 "닥치고.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리어티는 여전히 나를 보며 웃음짓고 있었다. 총을 쥔 내 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형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거야. 반드시 그를 찾아와."

 난 휴대폰 전원을 끄고 바닥에 던져버렸다. 모리어티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Wow! 몇달동안 너의 그런 표정이 보고 싶어서 얼마나 근질근질 했는지!"

 "네가 원하는게 정확히 뭐야?"

 "니가 더 이상 그만 나대는 것."

 "네가 이런 미친 짓을 그만 두면 되지."

 "그건 네가 원하는 일이고, 셜록."

 "아니, 그건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은 아니야."

 "그럼 이번엔 내가 묻지. 네가 가장 원하는건 뭐지?"

 녀석의 얼굴 정면을 향하고 있는 나의 총이 더이상 떨리지 않게, 꽉 잡았다.

 "...존 왓슨."

  

 

 

 

 

 

 

 

 

 

 

 

모리어티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계속 웃기만 하는 녀석의 얼굴을 뭉개버리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아냈다.

 "너무 걱정마, 셜록. 난 네가 더이상 나대지 않기를 원하고, 그 방법에 대해서 아주 열심히 생각했거든."

 "그래서?"

 "이런 식으로, 너를 괴롭히는 것.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효과있을 것 같군."

 모리어티가 말을 마치자 마자, 거실 문이 열리고 덩치 두명이 누군가를 끌고 들어왔다. 난 하마터면 총을 놓칠 뻔했다. 그것은 존이었다. 그는 정신을 잃은 듯 온몸에 힘이 빠진 채 그들에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존을 소파 위에 던져 놓고 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놀란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모리어티를 쳐다보았다.

 "... 차로 시내를 빠져나갔다고 하던데."

 "안타깝게도- 네 형과 그 수하들이 쫓고 있는 건 내가 잘 만든 대역들이지. 똑같은 택시 번호, 똑같은 사람들. Dr. 왓슨의 대역 정도, 쉽게 구할수 있다고. 그들의 주위를 딴 곳으로 끌기 위해서 말이야. 네가 형에게 버릇없이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M 홈즈는 아마 죽어라 그들을 쫓을거야."

 아까 마이크로프트의 전화를 순순히 받게 한 이유를 알았다. 녀석은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었던 거다. 마이크로프트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를 걱정하고, 머리가 좋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젠장.

난 존을 흘낏 내려다 보았다. 숨을 쉬고 있는 걸 보니 약으로 기절시킨 모양이었다. 그가 내 눈 앞에 있는게, 더 나은 일인지 더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이 놓였다.

 "자, 셜록-."

 모리어티가 얼굴에 웃음기를 거두고 입을 열었다.

 "네가 가장 원하는 걸 들어줬잖아. 이제 네 차례야."

 "...들어줄 생각이 없다면 어떻게 할건가?"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거지. 난 두가지 중 하나를 택하는 거야. 그것이 널 괴롭힐 거고."

 "나의 목숨과 존의 목숨, 둘 중 하나를 택한다?"

 "그리고 난 이게, 왠지 재미있어."

 "넌 미쳤으니까."

 "너를 지금까지 관찰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어. 셜록. 너에겐 그 어떤 약점도 없는 줄 알았거든. 어떻게 하면 너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까. 아무것도 바라는 것도 없는, 피도 심장도 없는 사나이를 도대체 어떻게!!!!"

 녀석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심장이 뛰고

 "... 어떻게 절절매게 만들수 있을까. 지난 번 수영장에서, 난 그 방법을 알아냈지."

 등 뒤로 한 줄기 땀이 흘렀다.

 "넌 최고의 파트너를 얻은 동시에, 최악의 약점을 갖게 된 거라고. 불쌍하게도."

난 마른 침을 삼켰다.

 "존도 불쌍한건 마찬가지지. 플렛메이트 잘못 만나서, 위험천만의 전쟁터에 발을 들여놓게되었으니."

내 눈을 응시하는 모리어티의 눈빛이, 몸을 관통하는 듯 했다.  

"... 지금 이 상황에... 네 총이 아직도 나를 겨누고 있는거야, 셜록?"

곁눈으로 소파 쪽을 바라보니, 덩치들 중 한 명이 존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그리곤 내 손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모리어티가 그 총을 주웠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야, 셜록. 네게 선택권을 줄게."

 나는 눈을 감은채 깊게 심호흡을 했다. 머릿속을 새까맣게 지워야 했다. 내 머리를 채운 생각들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안된다고 느낀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비워져야만 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난 입을 열었다.

 "네 말은 모두 틀렸어, 모리어티."

 "흠?"

 "존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야. 특별한 존재가 아니지. 네가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 뿐이야. 최고의 파트너도 아니야. 그는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을 준 건 하나도 없어. 단지 나의 목숨을 한번 구했을 뿐이지. 네가 그렇게 봤다면, 그가 날 구해줬다는 거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감 때문일거야. 그는 그냥 플랫메이트 뿐이고, 내 주위에 있는 많고도 쓸데없는 사람들 중 하나에 불과해. 난 그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 나의 약점도 아니야. 지금 네가 그를 쏜다고 해도, 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예전처럼 널 다시 잡으러 다닐거야."

 "그 말은 곧..."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넌 날 쏘아야 할거야."

 

 

 

 

 

 

 

 

 

 

 

 

 

 

모리어티는 기쁜 듯이 신나게 웃어댔다. 난 바닥의 카펫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총구가 내 머리에 닿는 것이 느껴졌고,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Ciao, Sherlock."

  

  

  

 

 

 

 

 

'탕!'

 총소리가 들렸다.

 '탕! 탕!'

 두 번 더 들렸다. ... 두 번...?

 난 고개를 들었다. 모리어티는 나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지 않았다. 소파 쪽을 향하고 있었다. 난 고개를 돌렸다. 소파 앞에 두 명의 덩치가 쓰러져 있었고, 총을 든 존은 총구를 모리어티를 향한채 장전했다.

 "Ciao, Moriarty."

 '탕! 탕!'

 나는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는 모리어티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총알은 총을 든 그의 팔과, 그의 다리를 뚫고 지나갔다. 존은 소파에서 일어나 바닥에 쓰러진 모리어티를 발로 찍어 누르며 제압했다.

 "셜록! 수갑!!"

 "...존...?"

 "수갑 달라고! 얼른!"

 그의 손이 내 주머니를 뒤져서 수갑을 꺼내 모리어티에게 채웠다. 모리어티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했다. 난 여전히 바닥에 주저 앉은 채, 내 앞에 왔다갔다 하는 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레스트레이드에게 연락할게. 넌 마이크로프트에게 연락해."

 "존... 당신... 괜찮아요?"

 "여보세요, 경감님. 베이커가 221B로 오세요. 그를 잡았어요."

 전화를 끊고, 그제서야 그는 날 내려다보았다.

 "괜찮아. 셜록."

 "...어떻게 된 거에요?"

 그는 키를 낮춰 앉아 나를 마주보았다.

 "글쎄, 내가 보기엔 그들이 마취약을 너무 약한걸 썼거나, 혹은 나를 너무 우습게 본 거겠지."

 그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니면 둘다. 그들은 클로로포름 대신 주사약을 써야했어. 내가 어떤 군생활을 했는지 그들을 알지 못했을거야."

 "아... 알 것 같아요."

 "그래. 넌 알거야."

 

그의 미소를 보니 그제서야 내 하드디스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상황 파악이 다 됐다. 모리어티는 기절했는지 조용해져있었다. 나는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답지 못했던거 같은데 그게 언제부턴지도 모르겠다.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이것은 내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존은 내 팔을 잡아 나를 일으키려 했다. 망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셜록, 너-"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제발."

"알았어. 알았다고. 날 붙잡아."

난 존에게 의지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나의 소파에 나를 앉히고는, 어느새 위스키를 가져와 내 입에 털어넣었다.

"난 괜찮다구요. 존."

"별로 그래보이지 않아서."

위스키가 내 식도를 타고 흘러내리자, 온 몸에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듯 했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존은 내 앞에 쭈구려 앉아, 걱정하는 듯이 날 쳐다보았다. 난 한참동안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해야했다.

 "Well..."

 하지만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완벽하게, 끔찍했어."

 "확실히, 그랬죠."

 내가 동의했다.

 "네 얘기하는 거야. 셜록."

 Fuck.

 "네가 한 짓들. 모두 다."

 "젠장. 당신 언제부터 깨어있던 거에요."

 "여기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들이 방심할때까지 기다려야 했거든. 상황을 지켜보다가 네가 위험할 때 일어나려 했지. 그리고...."

 나는 소파에 몸을 묻은 채 그를 말없이 응시했다.

 "네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기도 했어."

 Holly Shit. 난 그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 눈을 감았다.

 "셜록."

 그의 목소리에 난 다시 눈을 떴다. 그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날 보았다.

 "난 아까 그들이 나를 납치하기 전에, 눈치채고 있었어. 그래서 숨을 참을수 있었던 거야. 집에서 나올 때, 넌 내게 완벽히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겠지. 그래, 그건 네게 익숙한 일이지."

 "......"

 "내가 잘 하는 건, 그걸 알아차리는 거야."

 그의 눈을 보고 있으니, 좀 전의 상황들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내가 이 사람을. 내 힘으로 지키려 했다고? 그를 프랑스로 보내고, 마이크로프트의 감시를 받게 하고, 위험 속에서 구하려 했다고? 난 완전히 멍청이 같았다. 이토록 강한 사람을? 그를 무시했던 건 어쩌면 지금 쓰러져있는 저들이 아닌 바로 나였다. 난 소파에 완전히 늘어진채 손바닥으로 두눈두덩이를 꾹 눌렀다. 존은 내 무릎을 툭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찰들이 오기 전까지 좀 쉬도록해, 셜록. 오늘밤은 잠들지 못할거야."

 "존-"

 난 양 팔로 두 눈을 가린채 말했다.

 "응?"

 "아까 내가 모리어티와 한 얘기들은 다 잊어버려요."

 "흠- 어떤 얘기?"

 "그냥- 몽땅 다. 무시해요. 기억에 남겨두지 말고."

 "알았어. 네가 원한다면."

 "고마워요."

 "아-. 하나만 빼고."

 "뭐요?"

 "네가 무릎 꿇기 전에 한 얘기들 말야. 그건 못 잊어버리겠는데."

 "그 부분이. 정확히. 다. 잊어야할 부분이에요."

 "아니. 난 아닌데."

 난 팔을 살짝 들고 그를 살펴보았다. 그는 어느새 돌아와서 바로 내 앞에 앚아있었다. 난 흠칫 놀라며 얼른 팔을 내려 눈을 가렸다. 그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난 완벽하게 그 부분을 알아들었거든. 네가 죄다 반대로 말하는 걸."

 Fuck. 모리어티가 지금이라도 날 쏴줬으면 좋겠다.

 

  

 

 

 

 

 

 

 

 

 

 

 

 

 

 

 

 

 

-  The End - 

 

 

 

  





본편과 많이 다른... '감성 돋는 셜록'이었습니다. 그냥 제가 상상해본 셜록의 마음이에요. 제가 느끼고, 표현해보고 싶었던 셜록과 존의 관계가 이 글에 어느 정도 다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디테일 시망이어도 그냥 넘어갑시다. ^^; 셜록 시점은 너무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