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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dy

[셜록존] A wounded heart


# 셜록 - 존댓말 / 존 - 반말입니다.
# 애정씬은 없습니다.

 

 

 

 


 

"존, 괜찮아요?" 

"응 괜찮아."

 라고 말하면서 존은 또 다시 심한 기침으로 인해 콜록거렸다. 셜록은 목도리를 손에 쥔채 존의 침대 옆에 무릎꿇고 앉아있었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는 - 존을 내려보다가, 자신의 시계를 보았다가,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 어쩔줄을 몰라했다. 존은 수건으로 입을 막고 기침을 하며 그런 셜록을 올려다보았다. 

"어서 가봐, 셜록.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기다리겠어."

 "...괜찮겠어요?"

 "괜찮다니까. 허드슨 부인도 계시고, 네가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 난 의사라고."

 존의 말에 셜록은 그제서야 근심이 가득하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무슨 의사가 밤새 환자 간호하다 감기가 옮아요."

 "의사란 원래 그런거야."

 "내가 아는 의사들은 안 그랬어요."

 "나도 모든 환자들에겐 안 그래. 어쨋든, 바쁘신 환자님은 다 나으셨으니 사건 현장에 출동하셔야죠."

 평소라면 특이한 사건이라는 레스트레이드의 호출에 뒤도 안 돌아보고 튀어나갔을 셜록이지만, 오늘은 그의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존이 심한 감기에 걸려 아침부터 골골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감기는 엊그제부터 셜록이 앓던 것인데, 그런 셜록을 간호해준답시고 밤새 자기 잠 못 자며 봉사정신을 발휘하다가 이제는 존이 걸려버린 것이다.

 셜록은 워낙 건강체질인데다가 감기 같은 건 걸려도 이 사건 저 사건 뛰어다니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낫는다고 말했는데, 존은 그러면 나중에 골병든다며 주치의로서 휴식과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진단을 내렸다.

그러고는 하루종일 셜록을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 후, 아침 갖다 먹이고 약 먹이고 재우고, 점심 갖다 먹이고 약 먹이고 재우고 - 휴대폰 빼앗아서 걸려오는 사건 의뢰 전화마다 "오늘은 셜록의 안식일입니다. 내일 전화주세요."라고 말하고 끊고, 그 틈에 몰래 노트북을 침대 밑에서 꺼내던 셜록을 발견한 존은 그걸 또 빼앗아 잔소리 하고- 온갖 바쁜일은 존 혼자 다 했다. 셜록은 침대 속에서 하루종일 'Boring'만 외쳤을 뿐이었다. (물론 존은 총도 압수해서 벽은 무사했다.)

 그 덕에 셜록은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놀라울만큼 개운한 몸 상태를 되찾아 지루하긴 했지만 존의 처방이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존의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약 먹었으니 곧 괜찮아질거야."

자신을 향해 애써 미소지으며 말하는 존을 보고, 셜록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자기를 돌봐주다가 감기에 걸렸기 때문에 셜록은 표현하진 않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종일 자신이 간호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자신의 흥미를 끌던 연쇄 살인 사건을 도와달라고 레스트레이드가 부탁해와서 마다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쌩하니 존을 두고 나갈 수도 없었다. - 언제부터 자신이 이랬는지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자기 신경쓰지 말고 가라고 존이 자꾸 재촉하자 우물쭈물대던 셜록은 그제서야 기대고 있던 존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사라를 부를까해. 그러니 걱정마."

 존의 그 말에 셜록은 순간 미간이 좁아지더니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털썩- 침대에 팔을 올려놓는 소리에 존은 고개를 돌려 셜록을 쳐다보았다.

 "왜?"

 "......"

셜록은 말 없이 존의 시선을 피한채 딴청을 피웠다. 겨우 일으켜놨던 셜록이 다시 주저앉아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것을 보고는 존은 사라 얘기를 꺼낸 것이 실수라고 깨달았다. 존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알았어. 사라 안 부를게."

 그 말에 셜록은 존을 향해 웃어보이고는 다시 일어났다.

 "사라한테까지 감기 옮으면 어떻게 해요."

어련하시겠어. 존은 '네가 언제 사라 걱정까지 했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어서서 목도리까지 하고 있는 저 셜록을 다시 주저앉히고 싶지 않아서 겨우 참았다. 셜록은 코트에 팔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침대에서 꼼짝말고 있어요. 어떤 명의가 그러는데 감기에는 휴식과 안정이 중요하다고 하대요."

 "그건 명의가 아니어도 열두살짜리 꼬마도 아는 거야."

 "최대한 빨리 올게요-."

 "안 그래도 되-."

 "그럴거에요."

셜록은 존의 방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왔다. 나가기 전에 허드슨 부인에게 존을 잘 돌봐달라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허드슨 부인이 오늘은 장볼게 있어서 나가봐야한다고 했더니 셜록은 자신이 대신 봐준다며 그녀가 부르는 쇼핑 목록을 머릿속에 입력시키고 집을 나섰다. 셜록이 나가고 나서, 허드슨 부인은 뭔가 생각났는지 얼른 뒤따라 나가 택시를 잡고 있는 셜록을 향해 외쳤다. 

"아, 셜록! 프리지아! 프리지아도 부탁해~."

 

  

 

  

   

 

 

 

 

 

 

 

사건 현장에서도 셜록의 신경은 곤두서있었다. 자신의 옆에 존이 없다는게 이렇게 신경쓰이는 일인지는 처음 알았다. 게다가 자신의 곁에 없는 존이 아프기까지 하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했다. 존에게 문자를 보내볼까-하다가 혹시 잠이 들었으면 깨울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냥 잠시동안 존의 존재는 잊고 빨리 사건을 해결해서 베이커가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셜록은 레스트레이드를 따라 피해자인 여성이 죽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들어와 창문의 상태와 실내의 공기를 확인하고, 소파 위의 여자의 시신을 보자마자 독가스로 인한 질식사라는 것을 알아냈다.

 "여자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봐요."

 레스트레이드에게 말하고 셜록은 시체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 소파로 다가갈때 뒤에서 변함없이 짜증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왠일로 의사 선생없이 혼자신가?" 

그 말에 셜록은 한순간 몸이 움찔했다. 평소라면 앤더슨의 목소리 따위 시끄러운 소음 정도로 여기고 지나갔을테지만 지금은 머릿속에서 잠시나마 잊고있던 존을 떠올리게 했다. 참으로 고맙네, 앤더슨.

 "시끄러우니 나가."

 "그러고보니, 닥터 왓슨은 왜 안왔어?"

뒤늦게 레스트레이드도 물었다. 셜록은 시체를 들여다보다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인간들 언제부터 존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감기 걸려서 집에서 쓰러져있어요. 여자가 죽기 전에 술을 마신거 같네요. 평소에도 회사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는지 알아봐요."

 "감기? 저번에는 네가 감기였잖아. 뭔 짓거리들을 한거야?"

 앤더슨의 말에 셜록은 머리 속에 있는 회로 하나가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 순간 앞에 있는 여자의 시체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셜록은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 앤더슨을 쳐다보았다. 앤더슨은 팔짱을 낀채 셜록을 쏘아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앤더슨이 지껄이는 헛소리 따윈 무시하고 자신의 일만 했을 셜록이지만 밤새 자신을 간호하느라 병이 난 존을 생각하면, 그냥 지나칠수 없었다. 

셜록은 앤더슨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뚫여지게 쳐다보았다. 앤더슨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뭐야?"

 "아무리 자네 부인이 이혼 소송을 냈다고 해도, 다른데 화풀이 하면 안되지. 앤더슨."

 앤더슨은 놀란 눈으로 셜록을 바라보았다. 뒤에 서있던 레스트레이드 마찬가지였다.

 "너.. 그.. 그걸..."

 "그리고 나는 자네 부인의 선택에 박수를 치고 싶어. 첫번째 선택은 틀렸지만. 뭐, 누구나 실수는 하니까. 첫번째 선택이 뭔지는 아무리 머리 나쁜 자네라도 알겠지."

 이쯤이면 됐나, - 셜록은 다시 뒤돌아서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자신의 추리를 기다리고 있는 불쌍한 시체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이혼 소송 때문에 평소보다 몇배로 스트레스가 쌓인 앤더슨은 그만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 Faggot. 다른 병이라도 걸린거 아냐?"

 셜록의 머릿속에 회로 하나가 핑- 소리를 내며 끊겼다.

  

 

 

 

  

 

 

 

 

 

 

 

 

 

 

 

 

 

 

 

[쾅-]

 시끄러운 문소리에 존은 눈을 떴다. 어느새 어두워진걸 보니 감기약에 취해 한참을 잔 모양이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셜록이 나간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시간이었다. 벌써 사건을 다 해결한건가? 그러기엔 이른 시간인것 같은데... 존은 몸을 일으키곤 실내복을 걸쳤다. 푹 쉬고 났더니 감기 기운은 좀 가라앉은 듯 했다. 기침은 멎은 것 같았고, 몸에 아직 열은 남아있었다. 계단을 내려와 거실에 들어서니, 맙소사. 상처로 엉망이 된 셜록의 얼굴이 존을 맞이하고 있었다.

"셜록!"

굳은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던 셜록은 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 존. 괜찮아요?"

"지금 네가 괜찮냐고 물어볼 입장이야? 얼굴 왜 이래?"

존은 셜록의 얼굴을 잡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상처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열은 아직 남아있네요. 더 쉬는게 좋겠어요."

"Shut up."

존은 벽장에서 자신의 구급함을 꺼냈다. 솜에 소독약을 묻혀 얼굴에 눈 위와 코 밑, 입가에 피들을 닦아냈다. 셜록은 자신을 치료해주는 존을 말없이 바라보고있었다.

"다행히 꿰매지는 않아도 될것 같네. 약만 바르면 되겠어. 코피가 번진건데, 피가 많이 난줄 알았어."

셜록은 여전히 아무말도 없었다. 존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이랬는지, 말 안해줄거야? 살인 사건 현장이라며, 그새 범인을 찾아 몸싸움이라도 했어?"

"못 찾았어요."

"그럼, 누가 이런거야."

셜록은 입을 열지 않았다. 존은 그가 입을 쉽게 열지 않을 거라고 예감했다.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좋아. 나 나갔다 올게."

존이 일어서며 말하자 셜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았다.

"어딜요?"

"네가 얘기를 안해주니, 레스트레이드 경감이나 도노반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지. 그들은 알거 아냐? 네 주치의로서, 네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아야할 자격이 있어."

 돌아서려고 하자 셜록은 존의 손을 잡아 세웠다.

 "감기 아직 안 나았잖아요! 어딜 나가요!"

 "감기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활기차게 돌아다녀야 낫는다며?"

 "그건 내 얘기구요! 당신은 휴식과 안정을 취해야 된다며요!"

 "좋아, 그럼. 전화 걸어서 물어봐도 되지?"

 존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셜록이 존의 휴대폰을 뺏으려 하자 존은 팔을 높이 들어 잡지 못하게 했다. 셜록은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든 존의 손을 잡았다. 마주선 두사람은 잠시동안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존의 뚫어지게 셜록의 눈을 쳐다보자 셜록은 체념한듯 손을 내렸다. 

"앤더슨. 생각보다 주먹 힘이 좋더라구요."

 존은 그 어떤 사건의 얘기를 들을 때보다 훨씬 놀랐다.

 "앤더슨이 너를 때렸다고?"

 "그가 나를 때린게 아니에요! 내가 그를 실컷 패주다가 몇대 살짝 스친것 뿐이라구요."

 아 예, 그러셨어요. 존은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곤 셜록의 어깨를 내리눌러 소파에 다시 앉혀,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물었다.

 "그래, 왜 치고박고 싸운거야? 다 큰 어른들이. 애도 아니고."

 말하면서도 존은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냥. 좀. 절 열받게 했거든요."

 "네 주장대로라면 앤더슨의 존재 자체가 네가 열받는 이유잖아. 그럼 사건 현장마다 너희들의 싸움터가 됐을걸."

 "오늘 특히 나를 열받게 했어요."

 "그래, 그 이유가 뭐냐고."

 셜록은 또 입을 닫았다. 애 맞네. 존은 셜록의 눈 위에 살이 벗겨진 상처에 약을 바르려 했다. 잠시 멈칫하고서는 그 상처를 손으로 꾸욱 눌렀다.

 "아!"

 셜록이 소리를 지르자 존은 조금 속이 후련해졌다. 그리곤 다시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가 특히 너를 더 열받게 해도... 내가 알기로 너는 재수없게 독설을 쏘아대는 것만으로도 그를 패배시킬수 있잖아. 그 방법도 이제 안 통하는 건가?" 

"어떨 때에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갈 때가 있더라구요."

셜록의 말에 존은 놀란 듯 그를 내려다 보았다.

"너도 그럴 때가 있어?"

"......존?"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아졌다. 이상한 느낌에 존은 셜록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를 보았다.

"왜?"

셜록은 입술을 깨물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뭇거리고 있는 듯 했다. 도대체 오늘 왜 이러는 거야?

"혹시.. 당신이..."

"응? 혹시 뭐?"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존은 그의 입가로 얼굴을 가까이 대야했다.

"당신이 나를 떠나고 싶을 때, 미리 말해줘요."

뚱딴지 같은 셜록의 말에, 존은 미간은 찌푸리곤 그를 쳐다보았다. 셜록의 눈은 너무 진지했다. 도대체, 앤더슨에게 무슨 얘기를 듣고 온거야? 존은 또 다시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미리 말해주면, 어쩌려고?"

"생각중이에요."

"뭘?"

"다리에 총을 쏠까. 부러뜨릴까."

셜록의 눈빛이 너무나 진지해, 존은 순간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몰라도, 셜록은 그 얘기에 꽤 충격을 받은게 분명하다. 존은 반창고 포장을 뜯어내며 말했다.

"떠나지 않을테니까, 그런 고민하지마."

반창고를 붙이는 존을 향해 셜록이 물었다.

"정말, 안 떠날거에요?"

"또 다시 지팡이 신세 되기 싫거든."

그 말에 굳어있던 셜록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돌았다. 존은 셜록의 코에서 아직 피가 나오고 있는 걸 발견하곤 솜을 조금 찢어 말아서 콧구멍에 찔러넣었다. 그 느낌에 셜록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리고?"

 "주치의로서, 환자가 이렇게 매일 사고 치고 들어오는데, 어떻게 떠날수 있겠어. 알잖아, 내가 얼마나 환자를 위하는 의사인지."

 웃을 줄 알았는데, 셜록의 얼굴이 다시 조금 굳어져서 존은 의아했다.

 "의사로서 의무감 뿐인거에요?"

셜록의 진지한 눈빛에 존은 한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다.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셜록은 이 대화를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존은 셜록의 손을 잡아 그의 무릎 위에 올려 놓은채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 언젠가- 너를 떠나고 싶을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

존은 셜록의 눈동자의 동공이 확대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좀 화난 듯 보였다. 존은 그런 셜록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럼, 난 네 말대로... 너에게 미리 말할거야."

그러자 그의 동공이 점차 축소되는 것이 보였다.

 "그럼 네가 나의 다리를 쏘거나, 부러뜨릴지도 모르지. 그러면 나는, 네 생각대로 할거야."

 "......."

 "내 생각이 아니라."

 

 

 

 

 

 

 

  

 

 

 

 

 

 

 

 

 

 

 

 

 

 

 

 

 

 

   

 

 

 

존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셜록은, 그제서야 밝게 미소를 지었다. 셜록은 마주잡은 존의 손을 주무르더니 말했다.

 "당신, 더 쉬는게 좋겠네요. 아직 열이 있잖아요."

 "그래, 그래야지. 근데, 이건 뭐야?"

 존은 셜록 옆에 있는 프리지아 꽃다발을 가르켰다.

 "아, 이건-"

 셜록은 조금 전의 일이 생각이 났다.

 

 거실로 올라오기 전에, 셜록은 허드슨 부인의 쇼핑리스트를 잊지 않고 그녀에게 갖다주고 왔다. 상처투성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 마켓 점원이 놀랐던 것도 생각이 났다. 허드슨 부인도 물론 놀랐으나, 부탁한 물건을 잘못 사온 셜록을 채근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이봐, 셜록-! 내가 말한 프리지아는 꽃이 아니라 화장품이었다고.'

 '제대로 말해주지 않은 부인 잘못이죠. 그럼 이건 필요없으신거죠? 내가 가져가요.'

 '어- 셜록-. 이쁜데 그냥 주고 가도 되는...'

 [쾅-]

 

 

 

셜록은 꽃다발을 존에게 내밀었다.

 "선물이에요."

 

 

 

 

 

 

 

 

 

 

 

 

 

그날 밤, 존이 자신의 침실에서 노트북을 켰을 때, 이메일이 하나 와있는 걸 발견했다. 발신자를 알수 없는 메일로 온 것이였다. 제목에는 '셜록이 없을 때 보시오.'라고 써있었다. 존은 뭔가 위협적인 메일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 이메일이 위협적이어야봤자 뭐 어쩌겠어-하는 마음으로 클릭해보았다. 내용에는 아무 글 없이 동영상만이 재생되고 있었다.

 큰 화면으로 확대해서 보니, CCTV로 찍은 화면 같았다. 화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셜록, 레스트레이드 경감, 앤더슨. 동영상 아래쪽에 있는 타임코드를 보니 오늘 날짜였다.

누가 이 메일을 보냈는지 알아차리고는 존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발신자를 숨긴 이유가 오히려 더 궁금할 지경이었다. 존은 밖에 안 들릴 정도로만 볼륨을 키워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Faggot. 다른 병이라도 걸린거 아냐?"

 시신으로 향하던 셜록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다시 앤더슨에게로 다가왔다.

 "뭐라고?"

 "Faggot이라고. 그가 네 cock-sucker라는 거 모를 줄 알..."

 앤더슨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셜록의 손은 그의 멱살을 잡았다.

 "셜록!"

 레스트레이드가 말리려고 했지만 셜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셜록의 그렇게까지 화난 얼굴은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셜록은 어금니를 꽉 깨문채 입을 열었다.

 "네가 그 어떤 헛소리를 해도 나는 그냥 흘려버리겠지만 말이야,"

 앤더슨은 셜록의 강한 손 힘에 괴로워하며 버둥거렸다.

 "존을 모욕하는 건 못 참아주겠어."

 "셜록-."

 "당장 사과해."

 셜록의 귀엔 레스트레이드의 목소리 따윈 안들리는게 분명했다. 레스트레이드는 결국 완력을 이용하여 앤더슨에게서 셜록을 떼어냈다. 자유로워진 목을 붙잡고 앤더슨은 거친 기침을 내뱉었다. 셜록은 레스트레이드에게 제지당한채 앤더슨에게서 몇걸음 떨어졌다.

 "앤더슨, 자네도 그만해! 둘다 너무 날카로워져있어."

 "콜록콜록-, 난 틀린 말 안했다구요!"

 "앤더슨!"

 "네 말은 모두 쓰레기야."

 셜록이 앤더슨을 향해 말하자, 악에 받친 앤더슨이 소리쳤다.

 "왜!! 존 왓슨이 병에 걸려 죽는 게 너한텐 더 나을거다!!"

 셜록은 다시 앤더슨에게로 달려들었다. 다행히 레스트레이드가 그를 잡아 세웠다.

 "네 더러운 입에 그 이름 올리지마."

 "앤더슨! 그만해!"

 "언젠간 그도 너같은 싸이코패스를 못 참아내고 스스로 떠날테니까! 그걸 보느니 그게 나을지도 몰라."

앤더슨의 말에 레스트레이드의 팔을 밀어내던 셜록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곤 멍한 눈으로 앤더슨을 바라보았다.

"...뭐?"

"그가 마치 개처럼 너만 졸졸 따라다니니, 너도 이제 친구가 생겨서 보통 사람과 같아졌다고 내심 안도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는 호기심 때문에 잠시동안 머무는 거라고! 누가 너같은 자식 옆에 있고 싶겠냐? 그렇게 자신만만해하지 마시지."

 앤더슨은 구겨진 자신의 옷을 툭툭 털어 추스리고 뒤돌아서며 말했다.

 "착각하지마. 넌 괴물이야."

 멍하니 넋놓고 있는 셜록을 레스트레이드는 걱정되는 듯 쳐다보았다. 잠시후 레스트레이드가 그를 잡고 있던 팔을 내리자, 셜록은 뒤돌아서 가는 앤더슨을 향해 달려갔다. CCTV는 거기까진 잡지 못했다.

 

 

 

 

 

 

 

 

 

   

 

  

 

 

존은 노트북을 닫고 자신의 침대 곁에 있는 화병을 바라보았다. 프리지아가 꽃잎을 활짝 피우고, 좋은 향기를 방안 가득 퍼뜨리고 있었다.

 

 

 

 

 

 

 

 

 

 

 

 

 

 

 

 

 

 

  

 

 

 

 

 

 

 

 

 

- Epilogue -



셜록이 레스트레이드와 함께 사건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사이, 존은 밖으로 나와 주위를 살폈다. 그리곤 그가 찾던 사람을 쉽게 발견할수 있었다. Oh, GOD-. 셜록... -  존은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수 없었다.

앤더슨은 얼굴에 안면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코뼈가 부러지고, 광대가 함몰된 것 같았다. 이마 위에 꿰맨 자국도 보였다. 존은 현기증이 나서 어지러웠다. 동영상을 보고 화가 좀 났었는데, 저 몰골을 보니 화낼 기운이 사라졌다.

 앤더슨도 역시 존을 보고 움찔 놀란 듯 했다. 그리곤 우물쭈물 거리다가 천천히 존에게 다가왔다.

 "저.. 닥터 왓슨..."

 "우선, 그를 대신해 사과할게요. 이렇게까지, 이랬을 줄은..."

 "아뇨, 아뇨-. 당신이 사과할 일이 아니에요. 죄송해요. 제가 그날... 기분이... 정말 엉망이어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 헛소리였어요. 그 자식.. - 아니 셜록이 화날만 했어요. 그가 당신에게 어디까지 말했는지 난 모르지만, 그가 당신을 보면 무조건 사과하라고 했어요."

 "그에게도 사과해야 했을텐데요, 그는 자기를 욕하는 것보다 나를 욕하는거에 더 열받거든요. 물론 당신도 어느 정도 알고 그랬을거라 짐작하지만."

 "그에게 당연히 사과했죠! ...사실... 솔직히 조금 의도하긴 했어요.. 망할 그 자... 아, 아니- 그는 내 말은 죄다 귓등으로 듣잖아요. 맨날 나만 당하는게... 열받아서... 그만..."

 앤더슨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하자 존은 눈썹을 올리며 입을 삐쭉 내밀곤 말했다.

 "성공한거 같네요."

 "정말.. 정말 죄송해요. 당신에게 악의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에요."

"셜록에겐 있었겠죠. 뭐, 어느 정도 이해는 해요. 하지만 좀 심했어요.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니 다신 그런 말을 그에게 하지 않을거라고 믿겠어요."

"네네네, 그럼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에요. 정말... 죄송해요."

"사과는 받아들이도록 하죠. 아 그리고,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걸 정정해주고 싶은데..."

앤더슨은 힘겹게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존을 쳐다보았다. 존은 앤더슨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셜록이 나의 cock-sucker에요. 내가 아니라."

멍한 얼굴로 서 있는 앤더슨의 어깨를 툭툭 치고서는, 존은 그를 향해 빙긋 웃어보였다. 안쪽에서 존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존-! 뭐해?"

 "어, 간다고 가, 셜록-."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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