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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S/왕호곽] 세 사람(1)




RPS / 왕개x호가x곽건화 팬픽 / 2,650자 / ※중국 1도 모름 주의·배우 실제 성격 1도 모름 주의




“정왕 전하!”

 갑작스러운 내 목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침대 위에 웅크려 자고 있던 나는 어둠 속에서 쏟아지는 전자 불빛에 눈을 찌푸렸다. 얼마나 잔 걸까. 보고 있던 프로그램은 끝나고 어느새 끝나고 랑야방이 재방송하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아직 한밤중인 것 같았다. 집에 들어온 게 오후 4시쯤이니 꽤 잔 셈이다. 팔을 휘휘 저어 휴대폰을 찾았다. 베개 밑에 깔려있던 폰을 집어 들어 보니 메시지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나 왔ㅇ 문 열ㅓㅈ]


 수신 시간을 확인하니 20분 전에 온 거였다. 암호 같은 문자였지만 이해하는 덴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만, 20분 저언? 난 부리나케 침대를 차고 나와 현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나가니 문 옆에 후드를 쓴 왕카이가 앉아있었다. 문이 열렸는데도 녀석의 반응은 느렸다. 멍하니 녀석을 내려다보고 있자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날 올려다보며 바보 웃음을 짓는다. 많이 마셨구나.

 “여기서 뭐 해.”

 “기다렸지.”

 “벨은 장식인 줄 알아?”

 “너 잘까 봐.”

 어이없는 대꾸에 혀를 차며 녀석을 일으켰다. 왕카이는 내게 기대오더니 바로 몸을 곧추세워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완전히 가진 않은 것 같다. 익숙하게 주방으로 들어가 와인셀러 문을 여는 걸 보니. 나는 그 모습에 뭐라 한마디 하려다가 말고 말없이 냉장고로 향했다. 안주가 뭐가 있나.



“내일 촬영이라고 하지 않았어?”

“밤 촬영으로 미뤄졌거든. 그래서 택시 타고 날아왔지.”

치즈 몇 가지를 꺼내고 돌아서니 어느새 왕카이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여전히 후드를 뒤집어쓴 채로, 녀석의 얼굴이 가까워져 왔다. 술 냄새가 진동했지만 키스하는 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부드럽게 날 응시하는 한. 쪽 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떼고는 그의 팔을 부축해 방으로 끌고 갔다.

 “누구랑 마신 거야?”

 “감독님이랑 스텝들. 배우들은 다 시간이 안 된대서…….”

 아, 건화가 화보 촬영 있다고 한 게 오늘이었나. 왕카이는 요즘 <타래료, 청폐안> 촬영 중이었다. 건화 생각에 몸이 굼떠질 찰나, 방에 들어선 왕카이는 어! 하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TV 화면을 보곤 눈을 떼지 않은 채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곤 날 향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이거 보고 있었어?”

 “어... 틀어놨어.”

 “소경염! 거기 서!”

 TV 속에서 매장소는 정왕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한껏 부풀어 오른 감정이 맞붙는 장면이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왕카이 역시 그런듯 했다. 난 그의 손에서 와인병을 빼내 마개를 땄다. 한 잔을 따라 왕카이 손에 쥐여주고 나의 잔도 따랐다. 녀석의 잔에 잔을 부딪치자 쨍 소리에 그제야 녀석이 날 돌아보았다.

 “뭘 그렇게 봐? 매장소한테 질투 나게.”

 왕카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대며 웃었다. 와인 한잔을 단번에 들이켜 잔을 비우곤 내게 안겨왔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후드 뒤집어쓰고 있네. 나는 그의 손에서 잔을 뺏어 협탁에 올려놓고는 후드티를 벗겨냈다.

 “옷 갈아입어야지.”

 내 손길에 왕카이는 얌전히 양팔을 꼬물거려 옷에서 빼냈다. 흰 반소매 차림이 된 녀석은 후드를 벗자마자 다시 내게 안겨왔다. 그의 몸은 점점 기울어져 내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 손등으로 그의 벌게진 뺨을 끌어올렸다. 후끈한 것이 완전히 취한 것 같다. 오늘 밤은 틀렸네. 감촉을 느낀 그가 떨어지려는 내 손을 꼭 잡아 쥐어 입가로 가져갔다. 뜨거운 입술이 손바닥에 닿았다. 왕카이는 눈을 감은 채 그저 그러고만 있었다. 손에 닿는 녀석의 규칙적인 호흡을 느끼며 다시 TV로 고개를 돌렸다.

 “그것이 사욕을 위해 뒤에 숨는 것보단 백배 낫소!”

허벅지에 기대 누운 그가 음- 소리를 내며 내 쪽을 향해 돌아눕더니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나는 리모컨을 들어 소리를 줄이고는 왕카이의 얼굴과 TV 속 정왕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분노한 굳은 표정의 황자는 간데없고 술기운에 나의 품으로 파고들어 오는 청년이 있을 뿐이다. 화면 속 정왕과는 달리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잠든 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다가오는 사람들과 적당히 어울리고 어느 정도 선을 지켜왔다고 자부했다. 애초부터 건화는 그 선 안에 있던 사람이고. 하지만 왕카이는 십만 대군을 이끌고 돌격하는 정왕 같았다. 방법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감정의 부피가. 그 앞에서 나는 한없이 무력했다. 매종주가 조금 더 오래 내 안에 남아있었다면 버텨낼 수 있었을까. 그때 누운 자리가 불편한지 왕카이가 몸을 들썩거렸다. 녀석을 내 다리에서 일으켜 바로 눕혀주었다. 와인 잔을 정리하려고 침대에서 나오려 하자 그의 꽉 잡은 손이 나를 나주지 않았다. 녀석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뭐라 뭐라 웅얼거렸다.

 “나빴어…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뭐래, 20분밖에 안 됐다고. 남은 팔로 아래에 있던 이불을 끌어올렸다. 녀석은 내 손을 끌어당기며 같은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나는 그의 옆에 누워 뭐라고 하나 귀를 가까이 댔다. 녀석은 잠결에도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눈썹을 팔 자(八)로 만들더니 입을 삐죽 내밀고는 중얼거렸다.

 “…복수한 거야…?”

 무슨 말인가, 했다가 아직도 돌아가고 있는 TV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난 피식 웃고 말았다. 왕카이는 그 말을 남기고는 입을 헤벌린 채 다시 잠들어버렸다. 그의 어깨까지 이불을 덮어주며 생각했다. 이건 매장소가 아니라 매장소 할아버지가 와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 <타래료, 청폐안> 촬영 기간 동안엔 아직 <랑야방>이 방송되지 않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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