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여해서애 단문 저녁부터 내리던 비는 밤이 될수록 더욱 거세게 내렸다. 모처럼 여해가 방문해 식사를 마치고,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두 식경 정도 지난 듯했다. 처마를 두드리는 빗줄기가 요란한 소리를 냈고, 우리는 그 음률을 감상하기 위해 말소리를 작게 내어 대화했다. 천천히 술에 취해 둘 다 의관을 편히 하고 앉았다 눕기를 반복했다. 결국, 나보다 더 취한 그가 몸을 가누기 어려워하기에 나의 무릎에 그의 머리를 누이게 했다. 그가 시선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물끄러미 나를 올려보기에 많이 취했나 싶었다. "어찌 그리 보시오." "전쟁 중에 대감의 꿈을 종종 꾸었다 하지 않았습니까. 헌데 지난밤에는 참으로 기이한 꿈을 꾸었습니다." "어떤 꿈이었습니까?" "꿈에서 우리 둘 다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해괴한 오랑캐의 .. 더보기 이전 1 ··· 6 7 8 9 10 11 12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