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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dy

[킹스맨] 에그시해리 단문










"나는 지옥에 갈 거야."

그의 말에 난 인상을 찌푸렸다.

"웃기지 마요, 해리. 세상이 이미 지옥인데 가긴 어딜 가요?"

"'거의' 지옥이었지. 네가 이 세계를 구했잖아. 책상에서 다리 내려, 히어로."

나는 그의 책상에서 다리를 내리곤 그가 건넨 술잔을 받았다. 잔을 부딪히기 전에 그가 말했다.

"첫 임무 성공 축하해, 갤러해드."

그 말에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 뜨거운 게 왈칵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나는 단숨에 술을 들이키고는 말했다.

"그렇게 부르지 마요."

"역시 딱 맞는구나. 수트 말이야. 잘 어울려. 주름 접히지 않게 조심히 앉아라."

"안 입을 거예요. 돌려주러 온 거라고요."

"왜? 너를 위해 맞춰 놓은 거야."

"난 킹스맨 선발에서 떨어졌어요. 알잖아요, 해리."

"그리고 한 명의 킹스맨을 잃었지."

"아니요. 잃지 않았어요. 당신 여기 있잖아요."

"에그시."

난 고개를 돌렸다. 그가 다가와 내 얼굴에 손을 뻗었다. 턱을 잡은 그의 손길을 타고 눈물이 흘러 떨어졌다. 난 웃으며 말했다.

"뭐, 왜요? 젠틀맨은 울면 안 된다, 뭐 그런 규칙도 있어요?"

"에그시, 내가 말했지. 지금껏 내가 한 일은 네 아빠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다고."

그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짐작이 되어서,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닥쳐요, 해리."

"마지막까지 그걸 지킬 수 있어서 기쁘구나."

"그런 말 하지 마요, 젠장! 그럴 거면 얼른 지옥에나 가버리라고요!"

눈물 범벅이 된 뺨에 JB의 까슬한 혀가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녀석은 소리 지르는 내가 걱정됐는지 낑낑거리며 얼굴을 핥아댔다. 눈을 뜨면 그가 사라질 것만 같아, 두 눈을 꼭 감은 채 손을 뻗어 JB를 끌어안았다. 그럼에도, 해리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의 미소까지도.

"나는 지옥이 좋아, 갤러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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